택화혁, 혁명과 혁신의 길
네, 안녕하십니까. 동양의 지혜를 탐구하는 대복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요, 음... 주역의 마흔아홉 번째 괘, 바로 ‘택화혁’입니다. 자, ‘혁명’. 이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뭐... 권력의 전복이라든지, 급진적인 변화, 때로는 좀 폭력적인 투쟁 같은 걸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말이죠, 수천 년 전 주역에서 말하는 이 ‘혁’이라는 건요, 그것보다 훨씬... 뭐랄까, 더 깊고 근원적인 자연의 순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혁’이라는 글자 있잖아요. 이게 원래는 ‘가죽’을 뜻해요. 네, 짐승의 가죽 말이죠. 그런데... 이 '가죽'이라는 글자가 어떻게 '혁명'이라는 그런 거대한 변화를 상징하게 됐을까요? 그 비밀이 바로... '털갈이'에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짐승들이 그렇잖아요.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낡고 거친 털을... 스스로 벗겨내죠.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새 솜털이 돋아나고요. 이건 정말 생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이고... 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뭐랄까, 필연적인 과정인 겁니다. 바로 이런 것처럼, 사회나 국가도... 낡고 부패한 제도의 '가죽'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만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택화혁’이 우리에게 던지는 첫 번째 통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털갈이, 그러니까 이 혁명은 대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해지는 걸까요? 주역은 아주 명확하게 말합니다. 바로, 백성들의 삶의 근간이... 정말 뿌리부터 흔들릴 때라고 말이에요. 옛 성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국정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책력’을 바로 세우는 거였어요. 이게 뭐냐면,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관측해서 백성들한테 씨 뿌리고 추수할 때를 정확히 알려주는 일. 그게 국가의 가장 기본 책무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폭군들은 이 중요한 천문 관측 기관을 연회장으로 삼아서 술과 향락에 빠졌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백성들 삶의 나침반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거죠. 또, 백성들의 삶의 터전인 토지제도, 즉 ‘정전법’이 부패한 권력자들의 탐욕 때문에 무너져 내릴 때... 바로 그때 변화의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요, 때로는 이 풍요가 타락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 음, 사람들은 좀 나태해지고, 사치와 음란에 빠져서 윤리 도덕이 무너지기 쉽죠. 이런 내부로부터의 부식을 막으려고 뜻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나설 수도 있겠지만, 주역은... '때'가 무르익지 않은 섣부른 행동은 그저 허망한 희생에 불과하다고 경고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뜻을 모으고, 조용히 힘을 키우면서... 결정적인 ‘때’를 기다렸던 겁니다. 바로 이 ‘기다림의 지혜’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가... 아마 은나라의 문왕일 겁니다. 그는 이미 천하의 3분의 2를 장악할 만큼 압도적인 민심을 얻었어요. 그런데도 나머지 3분의 1의 저항이 아직 완강하다고 판단해서 끝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 혁명이라는 게 단순한 힘자랑이 아니구나. 마치 가을 들판의 곡식이 누렇게 영글기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과 같아야 한다는 것. 민심이 한 70%, 80% 이상... 완전히 넘어왔을 때, 바로 그때 비로소 하늘의 뜻에 응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혁명의 ‘정당성’과 연결됩니다. 혁명의 주체는 개인의 어떤 권력욕이 아니라, 오직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사명감으로 움직여야 하는 거죠. 그래서 탕왕이나 무왕 같은, 성공한 혁명의 주체들조차도 자신의 행동이 혹시 후세에 나쁜 선례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했다고 해요. 권력을 잡는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너진 책력을 바로 세우고, 정전법을 복구해서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 그것이 유일한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혁명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맹자는 이걸 ‘큰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는 마음’에 비유했습니다. 정말 타는 목마름으로 하늘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마침내 시원한 빗줄기를 맞는 심정. 그것이 바로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이었다는 겁니다. 그 결과는 ‘회망’, 즉 ‘뉘우침이 사라진다’는 두 글자로 요약될 수 있어요. 새롭게 바뀐 세금 제도, 안정된 삶의 터전... 이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고 올바르게 느껴져서, 이전 시대에 대한 미련도 없고, 또 새로운 시대에 대한 후회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 이것이 바로 택화혁이 그리는 진정한 혁명의 완성입니다. 공자는 이 혁명의 때를 일컬어 ‘혁지시 대의재’. 즉, “혁명의 때는 위대하도다”라고 감탄했습니다. 이게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 천지의 변화에 응하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라는 의미죠. 오늘 우리는 택화혁 괘를 통해 혁명이란 그저 낡은 것을 부수고 뒤집는 행위가 아니라, 낡은 털가죽을 벗고 새 살을 돋게 하는 자연의 섭리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 시작은 민생의 파탄이고, 과정에는 민심의 절대적 지지와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고, 그 끝은 모두가 후회 없이 받아들이는 새로운 안정이라는 것. 자, 이제 여러분께 질문 하나를 드리면서 강연을 마칠까 합니다. 택화혁은 낡은 털가죽을 벗어야 새 시대가 온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혹은 여러분의 삶 속에서 과감히 벗어던져야 할 그 ‘낡은 털가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깊은 성찰을 기대하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